안녕하세요, 제가 이해하는 수준에서 간략히 답을 드리겠습니다.
이 문제는 유기화학에서 주로 다루는 “토토머 현상(tautomerism)”과 관련되어 있습니다. 아주 간단하게(!) 설명하자면, 탄소를 중심으로 하는 파이-컨쥬게이션 구조의 양쪽 끝에 헤테로 원자(산소나 질소)가 있을 경우, 수소 원자가 어느 헤테로 원자에 결합하는 것을 더 선호하느냐에 따라 두 개의 서로 다른 화학구조가 얻어질 수 있습니다. 일종의 이성질체(isomer)인데, 양성자의 위치에 따라서 결정되는 이성질체는 좀 더 특정해서 토토머(tautomer)라고 부릅니다. DNA의 상보성을 결정하는 염기의 구조에서 케토-(엔)아민 또는 (엔)올-이민 조합의 두가지 토토머 가운데 어떤 구조가 더 선호되는가는 결국 N과 O의 두 헤테로 원자 가운데 어느 것이 H와 결합하는 화학구조가 더 안정한가 하는 문제로 귀결됩니다. 이 문제를 산-염기 화학의 관점에서 재해석하자면, N과 O 가운데 어느 원소가 더 “염기성”이 강한가 하는 문제로 볼 수도 있습니다. 만일 N이 더 강한 염기로 작용한다면 N-H 결합이 선호될 것이고, 그 결과 C=O/N-H 조합을 갖는 케토-(엔)아민 토토머가 에너지 면에서 더 안정합니다. 만일 O가 더 강한 염기로 작용한다면 O-H 결합이 선호되고, 그 결과 O-H/C=N 조합의 (엔)올-이민 토토머가 얻어집니다. DNA를 이루는 구아닌(guanine) 이나 티민(thymine) 염기에서는 C=O/N-H 조합의 토토머가 에너지 면에서 더 안정합니다. “양자역학적” 면에서 더 안정하다는 주장은 다소 동의하기 힘든 표현입니다. 아마도, 두 개의 토토머에 해당하는 파동함수의 에너지를 계산해 보면, C=O/N-H 조합이 O-H/C=N 조합보다 에너지 면에서 더 안정하다(따라서, 더 선호된다)는 뜻일 것입니다. 하지만, 1950년대 초반에 이런 계산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습니다. 선호하는 토토머 구조가 이미 알려진 다른 화합물의 구조로부터 유추했다는 것이 보다 정확할 것입니다.
- 이동환 드림(서울대 화학부 교수)